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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인·정한별 저, 『과학기술의 일상사: 맹신과 무관심 사이, 과학기술의 사회생활에 관한 기록』, 에디토리얼, 2018.

1.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줄여서 '과정남')이라는 팟캐스트가 있다. 제목 그대로 과학기술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와 관련된 게스트를 초빙하여 주거니 받거니 대담하는 형식의 팟캐스트이다(최근에는 여러 사정으로 휴방 중). 어쩌면 무거울수도 있는 이야기를 길 가면서 듣기 딱 좋게 풀어냈기에 나도 길가면서 종종 듣곤 했었다. 다만 이게 두 기획자의 비영리(혹은 취미?) 활동이다보니 업로드 일정이 들쑥날쑥하긴 했지.

나도 여기에 게스트로 참여하여 녹음한 적이 있었다. 이 인연으로, 과정남이 책으로 나왔다길래 '부디 이 가난한 수료생에게 이 책을 하사해 주시옵소서'라고 굽신굽신했더니, 정성이 갸륵(?)하였는지 저자들이 직접 책을 보내주었다. 서평 쓰라는 조건과 함께. 이게 내가 바로 이 글을 쓰는 이유다.

물론 조건은 '서평을 쓰라'는 것이었지, '호평가득한 홍보용 서평 겸 축사를 쓰라'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솔직하게 가감없이 쓸 것이다. 그래서 약속을 맺을 때에는 내용을 세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흐흐흐.


2.

우선 목차부터 살펴보자. 총 11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에서 1. 기초과학이란 무엇인지, 2. 과학기술과 법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3. 과학관(Science Museum)이 어떤 곳이고 한국의 사정은 어떠한지, 4. 연구자의 고용환경은 어떠한지, 5. 연구지원정책이 연구와 어떤 연관이 있으며 현실은 어떠한지, 6.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이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7. 과학기술이 재난방지에 정말 많은 기여를 하는지, 8. 연구보조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9. SF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10. 과학의 검증 체계는 어떠한지, 11. 과학기술정책전략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등을 옴니버스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각 챕터만 따로 읽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저자에게 물었더니, 그렇게 읽도록 의도했다고 한다.

주제 하나하나가 모두 가볍지 않은 것들이다. 그런데 저자들은 그 무거운 주제들을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사실 '과학기술정책'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분야임과 동시에, 너무나도 익숙한 분야이기도 할 것이다. 정말 지겨울 정도로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위 '4차산업혁명'이라 하는 슬로건도 과학기술정책의 한 단면이다. 어쩌면 과학기술 그 자체보다 더 친숙한 분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3.

모든 글이 그렇지만, 이 책 역시 저자들의 관점과 의도가 분명히 들어있다.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과학기술이 현실로 튀어나오는 정책 분야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배제할 것인지 결정하는 정치의 영역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고민하자'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책을 다 읽어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에필로그에서는 저자들의 의도와 관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각 장의 내용과 에필로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 느낌을 준다. 이 문제는 옴니버스식 전개가 내포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4.

국내에 과학기술정책을 이렇게 대중적으로 접근한 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그나마 있는 것들도 4차산업혁명과 같은 유행 위주거나 연구서같은 어려운 책들이다. 이 책은 그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낸다. 이 책의 가치는 바로 그 접근용이성에 있다.

쉽고 친숙하게 풀어냈기 때문에 글 내용은 그다지 엄밀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단점은 대중교양서가 자연스레 가지고가는 문제라서 어찌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며, 이 문제는 보다 깊고 자세한 내용은 연구서들을 찾아보면 해결된다. 어쩌면 이 책을 계기로 이 척박하기 그지없는 한국의 과학기술정책 분야에 보다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해본다.